솔직히 일본 축구가 한 수 위다.

2014. 7. 29. 21:40     작성자: Blog_master

어제 저녁, 13년만에 잠실 종합 경기장에서 열렸던 한국과 일본의 한일전은 1:2 한국의 패배로 끝났다. 일본과 우리나라와의 특수한 역사적 관계로 인해서 일본만 만나면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벼르는 우리 국민들에겐 너무나도 아쉬운 패배였다. (물론 실점 장면도 너무나 안타까웠다.)

 

전반전엔 내내 몰아치다가 단 한번의 역습으로 골을 허용했으며, 후반전 역시 중반이후 계속된 파상 공세에도 불구하고 경기종료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또 다시 역습으로 역전골을 허용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어제의 경기 내용이 이랬느니 저랬느니 하는 것이 아닌, 내가 생각하는 일본 축구와 우리 축구의 격차를 얘기하고 싶다.

 

앞서 제목에도 밝혔듯이 나는 일본 축구가 우리보다 한 수 위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최근의 기세 등등한 일본 축구계의 분위기를 보고서만 하는 얘기가 아니다. 조금만 축구를 사랑하고 관심있어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어쩌면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은.. 일본 축구는 이미 80년대 후반 부터 J리그 출범을 준비하고.. 미래를 내다보고 백년지대계의 마음으로 선진 축구를 받아들이고.. 하는 식상한 얘기는 누구나 다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렇다. 그러나 일본은 아주 오랜기간, 꾸준히 축구에 투자했다.

 

물론 우리 축구도 한일 월드컵 전후로 대대적인 투자에 들어갔다. 요즘의 자세한 사정은 다 알 수 없지만, 대게의 초,중,고등부 학교 축구 선수들은 이제 인조잔디(혹은 잔디 구장)에서 축구를 하게되었고, 기존의 10개 팀으로 운영되던 K리그(현. K리그 클래식)는 2012년까지 16개 구단으로 늘어났으며, 2002년 월드컵 즈음부터 시작된 축구 유망주 해외 유학 프로그램 등등 꽤 많은 노력을 하고는 있다.

 

그러나 내가 느끼기엔 우리와 일본의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 이 차이점 때문에 똑같이 투자하더라도 일본은 점점 더 성장해가는 기분인데, 우리는 조금 더딘 느낌이 든다. 내 생각에 이것은 축구 철학의 차이 인것 같다. 일본은 그들만의 축구 철학을 9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아주 잘 가꿔왔다고 생각한다.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로 볼점유율 극대화하는 경기, 이것이 일본이 지난 20여년 동안 잘가꿔온 일본만의 축구철학이자, 일본 축구의 스타일로 확고히 자리잡은 느낌이다. 혹자는 일본이 스페인의 패스축구, '티키타카'를 표방한 것이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은 흔히들 말하는 '뉴비' 쯤으로 표현해도 될 것같다. 아무튼 일본은 지난 20여년간 꾸준히 흔들림없이 그들만의 축구 스타일을 구축해 왔다. (그런면에서 홍명보 감독의 '한국형 축구' 선언은 꽤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에 비해 우리의 투박한 축구 스타일은 아직 완전히 다듬어지지 않은 것 같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히딩크가 남기고 갔던 훌륭한 유산을 완전히 우리것으로 만들지 못하고 다시 무색의 축구로 돌아가버린 것만 같다. 여론의 압박과 당장의 성적에 급급한 축구협회는 감독의 철학이 녹아들기도 전에 경질, 또 경질... 2002년 여름, 히딩크가 떠난 이후부터 지금까지 축구 대표팀의 사령탑은 총 8번 바뀌었다. (감독 대행 제외) 물론 감독의 역량이 정말 좋지 않아서 도저히 경질하지 않고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럼.. 축구협회는 그런 감독을 왜 좀 더 알아보지 않고 뽑았나? 매번 그렇게 성적 부진 혹은 역량 미달로 감독을 경질한다는 얘기는 축구협회도 역량 미달이라는 말과 마찬가지다. 

 

이웃나라 일본은 어떤가? 그들은 아주 착실하게.. 감독을 뽑을 때도, 혹은 내칠때도.. (일본이 감독을 중도해임 시킨 적은 없다.) 소신껏 움직였다. 2002~2006년 지코, 2006~2007년 오심(감독 이름임..;; 건강 이상으로 중도하차), 2007~2010년 오카다, 2010~현재 자케로니까지.. 정말 깔끔하지 않나? 

 

그리고 일본 축구는 우리를 한 순간에 뛰어넘은 것이 아니다. 99년 세계 청소년 대회 준우승, 2000년 아시안컵 우승, 2002년 월드컵 16강, 2004년 아시안컵 우승, 2010년 월드컵 16강, 2011년 아시안컵 우승, 이번의 컨페더레이션스 컵 선전까지... 그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혹은 더욱 높은 성적을 거둘때가 많았다.

 

한 때 일본은 우리의 거친 플레이만 만나면 맥을 못추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의 대표팀을 보면 일본 선수들도 이제는 적극적으로, 오히려 우리 선수들보다 더 거친 몸싸움을 걸어오고, 거친 몸싸움에 전혀 기죽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어떻게 일본축구를 다시 따라 잡을것인가? 하는 생각도 중요하지만.. 나는 우리 축구의 철학, 스타일을 먼저 확립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홍명보 감독에게 거는 기대가 아주 크다.

 

물론 현재 그들이 우리 보다 뛰어나다. 하지만 따라 잡지 못할 상대는 아니다. 이제 부터라도 축구 협회 및 축구인들이 우리 축구의 나아 갈 방향에 대해서 진지하게 모색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